가을은 사과의 계절이다. 여름 초록사과에서 시작된 전주곡이 9월의 홍로와 홍옥, 10월의 감홍과 양광 그리고 부사로 이어지며 차곡차곡 멜로디를 쌓는 계절. 사과는 도도하거나 까다롭지 않다. 너르게 곁을 내어준다. 익숙한 맛만큼 무서운 게 없으니 감탄도 실망도 쉽다. 그런데도 만나면 애틋하고 반가운 오랜 친구 같다.잠을 자다 찬 기운에 깨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덮으면서 가을이 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. 지난 여름 먹고 남은 초록사과 두 알이 냉장고에서 굴러다닌 지 한 달이 가까워질 즈음 동네 마트 앞에 빨간 홍로가 낮은 언덕처럼 쌓였다.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향이 짙고 모양과 색이 고운 걸 골라 담아 온 게 벌써 세 번째. 그건 사과 타르트를 만들 때라는 신호다.생기 잃은 초록사과 두 알과 빨갛고 ..